신소영의 명절 집밥

아버지가 세뱃돈으로 70만 원을 썼다고 엄마랑 조용히 말씀하는 것을 들었다. 자식과 그 배우자들 조카와 손자들까지 현금이 있으면 5만 원 없을 땐 만원이라도 주셨다. 매년 음식이 간소화됐지만 고기반찬과 김치 만두 주류 과일을 기본 준비하고 갈 때 싸 줄 음식까지 이분들이 명절에 쓰는 비용은 300만 원은 족히 넘는 규모라고 추측한다.

설 명절 당일을 지나고 그때부터 외삼촌 고모 식구들과 딸 사위 밥상까지 하루 이틀은 더 밥을 해 먹여야 명절은 끝난다.

결혼하고 명절에 친정에 와도 설거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엄마가 있는 이곳에 와야 먹을 수 있는 집밥이 있다. 집밥을 위해 설거지옥은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다.

꼬막 잡채 불고기 직접 만들어 장독에 보관한 동치미와 어리굴젓 동부시장에서 구매한 감태 고모가 사 온 회까지 오르면 상이 꽉 찬다.

집밥은 고도의 희생과 봉사가 집약된 안정된 균형이 있어야 차릴 수 있고 먹을 수 있다. 감사해하며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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