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영의 너를 떠나 루앙프라방에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씬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19세 씬은 유창하게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한다. 한국에 시집와 6개월 정도 된 베트남 새색시 정도의 한국어 실력이다 . 주인아저씨는 순한 외모와 성격을 갖고 있지만 주인아줌마는 태국인으로 거칠고 무뚝뚝한 성격. 여행객과 어울리거나 대화 나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하루가 지나 주인아줌마가 국경지역의 태국 친정을 방문한 덕에 그녀를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던 것은 루앙프라방을 여행하며 얻은 행운이다. 주인아줌마 잔소리에서 자유를 얻은 주인아저씨와 씬은 매일 여행객과 함께 여행사 투어에도 없는 루앙프라방 곳곳을 소개 해줬고 현지인이 즐겨 찾는 식당을 즐기게 해줬다.
하루 1달러에서 많게는 10달러의 팁을 받는 씬의 취미는 도박. 일본어 가이드가 되는 꿈을 갖고 있는 씬. 한국은 어떤 나라이며 한국으로 초대해 줄 수 있냐고, 동남아 현지 가이드에게서 듣게 되는 유사한 질문을 몇 번한다. 많은 여행자가 원하는 루앙프라방에서 경제적 개념은 필요 없다 여기고 주변인보다 많은 돈을 벌어 도박을 하는 씬. 루앙프라방에서 일탈하고 있는 각국의 청년들과 함께 젊은 날을 불나방처럼 살고 있다.
그에게 말했다. "씬, 루앙프라방보다 한국이 더 행복할까? 동경하는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고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한 후 루앙프라방으로 돌아오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보다 네가 더 행복할 것 같아. 여행자들을 동경하는 삶이 아니라 씬이 직접 여행하면 어떨까?" 점점 이야기가 재미없는 잔소리로 들렸는지 시큰둥해진 씬. 화제를 돌려 말했다. "쌀국수 어떤 아줌마가 제일 맛있어? 추천해줘."
# 코이카 봉사 후 여행 온 진아
진아는 여성스럽고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다. 진아와 씬은 새로운 여행자가 자연스럽게 무리에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주인아줌마가 친정에 가고 난 후에는 매일 밤 각국의 여행자가 모여 맥주파티를 했다. 하루는 씬에게 루앙프라방에 유명한 폭포가 있다는데 투어를 부탁했더니 7명을 모집해 주인아저씨 차에 태워 폭포를 구경한 후 라오스 전통주와 다양한 알콜이 함께하는 라오스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루앙프라방의 여행은 즐거웠다.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며 투어를 포기해야 했던 여행자가 있을 정도로.
코이카라는 단체에 대한 자부심과 봉사에 대한 투철한 개념을 갖고 있는 진아는 라오스 전통주와 맥주를 마시고 어느덧 취해 말했다. "언니,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나는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고 잊을 수가 없어서 한국에 돌아가기 싫어요. 서울의 모든 곳에서 데이트 한 것 같아요. 어느 곳에 가도 그 사람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려요. 기억을 지우고 싶어요. 내 머리 속 그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봉사를 열심히 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했어요. 가끔은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봉사에 집중하고 시간이 흘러도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를 잊을 수가 없어요."
저녁 식사 후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모여 앉은 각국의 젊은 여행자들은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맥주를 마셨다. 진지하게 종이와 대마초를 꺼내 예술적으로 대마 담배를 말아 프랑스 여행자가 시계방향으로 넘겨준다. 나를 지나쳐 넘겨준 대마를 피우며 진아는 말한다.
"언니,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럼 너 자신을 사랑하고 좋은 인연을 만나 얼마든지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야."
식상한 말을 해줄지 함께 대마 담배를 피우며 그 분위기에 동화될지 고민하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는 물었지. 우리들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명문대 한의대 4학년 연호
연호는 말했다. "학교에서 게이라고 커밍아웃했어요. 엄마는 이해했지만 아버지와는 지금도 사이가 좋지 않아요. 내 정체를 밝히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커밍아웃하고 한국에서의 삶을 선택했죠. 사람들은 용기가 대단하다고 칭찬하거나 인간으로 나를 봐주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으면 별종이라 여겨요. 명문대 한의대생이라는 학벌이 절반을 규정하고 게이라는 소수자의 정체가 절반을 규정해요. 먹고 살기 어렵지 않은 한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한국에서 삶은 쉽지 않아요. 4년, 일곱 번의 방학 동안 여행을 했어요. 루앙프라방 여행자 중엔 게이가 많아요. 메콩 강 지류 중 유럽적인 분위기가 살아있고 여행자들 국적도 다양해서 친구를 만나기 쉬워요. 외로워서 여행 하는 것은 아니고. 동류를 만나 소통하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졌기 때문에 여행을 선택했어요."
연호의 이야기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이성애자가 질문한 것은 겨우. "대마초는 피워도 건강에 해롭지 않은 걸까." 연호는 웃으며 말했다. "담배보다 해롭지 않아요. 궁금한 것은 어떤 작용을 하느냐 인거죠. 제가 경험한 바로는 대마초를 피우면 무엇이든 증폭이 되요. 어떤 사람이 대마를 피우고 음악을 들은 후 다음날 어떤 음악이 나를 이렇게 감동 시켰는지 확인했더니 트로트였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음악의 선율을 더 아름답게. 사랑을 더 뜨겁게. 우울증을 더 깊게. 여행 중독은 더 깊은 여행 중독으로. 증폭시켜요. 한번은 경험해도 무방하지만 중독되면 다른 중독물질보다 나빠요. 구하기 어렵고 한국에선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니까요." 조용히 듣고 잠시 생각한 후 나는 답했다. "응 고마워. 호기심을 채운다고 경험할 만큼 증폭시키고 싶은 것은 없어. 지금도 충분히 잃어버린 것과 잊을 것, 찾은 것과 찾아야 할 것이 많아. 증폭시키고 싶지 않아."
# 이탈리아 남자 알렉산드로
내 이름은 알렉산드로야. 네 이름은 뭐야? 넌 아름다운 갈색 눈과 갈색 머리를 갖고 있어. 사랑하는 남자가 한국에 있어? 없다면 나는 너와 사랑에 빠지고 싶어. 맥주 파티가 끝나고 인사를 나누는 분위기. 나의 양쪽 뺨에 입을 맞추며 낯선 억양의 영어로 속삭이는 알렉산드로. 태국 북부에서 라오스 북부로 육로 이동을 선택하며 이미 다녀온 친구의 조언대로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고 여행했다. 동남아를 여행하는 이탈리아 남자. 이름도 흔한 여러 명의 알렉산드로를 만날 때마다 반지를 보여줘. 라고 말해준 친구. 약지에 낀 반지를 보여주며. "알렉산드로. 나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고 그 사람은 내가 여행하며 다른 남자 만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넌 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날 수 있어. Buon viaggio!"
여행 잘해라. 이름도 흔한 알렉산드로야.
*Buon viaggio (부온 비앗지오) 여행 잘 하세요 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 일본 남자 대학생
씬이 영어를 잘 못하는 일본 남자 대학생에게 여행자들의 질문을 일본어로 통역해준다. 일본 남자 대학생은 부모님이 방학 동안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대학생 자녀를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 어느 나라를 선택해 3개월에 가까운 겨울 방학을 여행하며 보내게 한다는 것이다. 함께 둘러 앉아있는 여행자들의 이런 저런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옆에 있는 작고 예쁜 프랑스 여자에게 관심이 쏠려있다.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묘한 분위기. 청춘의 야릇함이 묻어나는 분위기. 두 남녀는 루앙프라방에 있는 동안 숙소를 함께 썼다고 씬이 비밀이라며 공공연하게 말해줬다.
"씬, 한국 남자 대학생도 일본 남자 대학생처럼 여행하는 중에 다른 나라 여성과 숙소를 같이 사용해?"
"아니, 한국 남자들은 한국 여자를 좋아해. 보통은 투어에 집중하고 여자를 쉽게 대하지 않아. 한국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많이 다녀. 어느 나라 사람이든 혼자 다니는 남자를 조심하면 돼." "혼자 여행하는 여자는 쉽게 숙소를 함께 사용해?"
"아니, 내가 만난 한국 여자는 대부분 한국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슬프고 아프지만 자신을 함부로 하진 않아. 진아는 누군가와 숙소를 함께 사용한 적이 없어. 주인아줌마는 진아가 늦은 밤에 우는 소리를 싫어해. 진아에게 말했지만 소리가 작아졌을 뿐 계속 울어. 가끔은 누구인지 이름을 부르며 울곤 해."
# 너를 떠나 루앙프라방에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루앙프라방에서 너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선물 같은 일요일이 계속 되는 루앙프라방의 시간이 좋았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물었지. 우린 오늘을 기억해야 해. 루앙프라방에서의 나를. 지옥 같은 슬픔의 환각에 빠져 루앙프라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거야. 젊음을 열과 성을 다해 불태우며 우린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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